중장년의 역이민 - 고려해 볼 것들

JuneTein

January 25, 2024

얼마 전 미국에 살고계신 부모님의 사촌동생 그러니 제게는 조금 먼 친척분의 전화를 받게되었습니다. 요지는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역이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처음엔 제가 공직에 있었으니 국적회복이나 국내거소신고 따위의 질문을 하셨는데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행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3년 전쯤인가, 똑같은 얘기를 70년대 후반 독일로 이민가신 친척분과 나눈 적이 있었는데요. 어쩌다보니 같은 그곳에 계신 또래의 분들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식들을 다 키우시고 은퇴하시고나니 다시 모국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드시나봅니다.

이 글에서는 제 개인적인 사견을 듬뿍담은 그리고 제가 대화를 나누었던 분들과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글이니 참고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요.

국적회복 등 행정적인 얘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적회복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귀화는 매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 출생신고가 되어있고 주소지가 있었던 분들은 재외동포로 분류되어 특별한 사정이 있지않은 이상 국적회복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하고, 이런저런 서류를 떼러다녀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골치를 썩게만든다거나 하는 어려움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이중국적으로 지내시기 때문에 행정적인 걱정으로 너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고 진짜 문제는 아래에서 얘기할 행정처리 외적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역이민을 생각하는 이유 - 장점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젊을 때부터 다들 마음에 품고계셨을테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곳에서 인생의 절반 가량을 보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얘기를 나눈 분은 미국에 계신 분이니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서 정리를 좀 해보겠습니다.

1. 병원

뭐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세계최고라고 다들 인정하시죠?

기억을 상기시켜드리기 위해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하고는 내는 돈에 비해 의료비가 저렴합니다.
  • 병원가서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 안경.
  • 앰뷸런스 무료입니다.

먼저 비용문제, 건강보험료가 한국도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입하는 실비보험까지 합쳐도 미국에서 내야하는 보험료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합니다. 게다가 병원비 자체가 저렴해서 미국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청구서를 받아볼 일이 없습니다.

그다음 기다림, 아프면 그냥 가까운 병원가시면 됩니다. 뭔 주치의한테 예약하거나 클리닉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거나 이런거 없습니다. 일부 유명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대학병원에 예약없이 방문해도 길어야 한두시간 기다리면 전문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미국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미주지역 모두 해당하겠네요.

그다음 안경, 나이드시면 안경 안쓰실 수 없잖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돋보기같은 안경 우리나라에서 30분이면 맞출 수 있습니다. 처방전 받아서 안경사 찾아가고 이런 번거로움 없습니다. 안경다리 부러져도 30분 안에 얼마안되는 돈으로 해결됩니다.

마지막 앰뷸런스, 80세 90세가 아니더라도 가끔 촌각을 다투는 심장 관련 병이 찾아올 수 있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요. 미국에서 앰뷸런스 타면 어떻게 되는지 저보다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응급실 진료기록만 있으면 119 무료입니다. 사설 응급차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까운 병원까지 가는데 10만원 전후만 지불하면 됩니다.

병원 관련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병원이 주된 고려 사항이라면 다른 것들은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그냥 한국 오세요.

2. 대중교통

나이가 들면 운전이 고민되시죠. 저의 부모님도 운전대를 놓으신지가 조금 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참 잘되어있습니다. 특히나 서울에서는 차가 오히려 불편할 정도로 지하철이나 버스가 잘 되어있습니다. 게다가 지하철은 무료에요.

시골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니라면 이 또한 우리나라가 훨씬 잘 되어있습니다. 차 없이는 살 수 없는 미국, 캐나다와는 비교가 안되는 부분이겠습니다.

3. 언어와 음식

저랑 통화했던 친척분들 그리고 친척분들의 지인분들 모두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이민가서 돈버느라 정신이 없었던 분들이지 마음편히 어학원을 다니셨던 분들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식, 조카, 손자손녀들은 다들 그 나라의 언어를 유창하게 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어가 더 편하시죠?

음식도 지금은 한국음식들이 전 세계에 많이 퍼져서 생각나면 먹으러 갈 수 있고 한인 마트에서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만 하겠습니까? 저도 미국에서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LA 벗어나니 다른 교민들 많은 대도시 가기 전에는 한국 식재료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요즘엔, 휴대폰으로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문 앞에 가져다 놓습니다.

4. 빨리 빨리

뭐 설명이 필요하겠냐 싶지만, 요즘 한국은 더 빠르답니다. 위에서 말한 택배는 말할 것도 없고요. 물건 고장났을 때 처리하는 워런티 서비스(한국에선 AS)도 거의 대부분 당일날 처리됩니다.

집에 세탁기나 에어컨 고장나서 전화하면 거의 대부분 2 ~ 3일 내에 와서 뚝딱 고쳐주고 갑니다. 인터넷이나 TV는 거의 오늘 내일 처리 끝입니다.

5. 치안과 문화

이 부분은 제가 별로 말씀드릴 부분이 아니지만, 얘기중에 나온 고려사항이라 언급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길가다가 총에 맞을 일이 없습니다. 밤 12시 넘어서도 어두워서 그렇지 못갈곳 없고, 우범지역 이런 곳 자체가 없으니까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테고요.

문화에 대해서는 참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좋은 점도 있고 우리나라의 문화가 좋은 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문화가 점점 그리워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이민을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 - 단점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렇게 장점이 많은데, 선뜻 못오는 이유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게 정답은 아니라는 점 다시한번 알아주세요.

1. 돈으로 사람을 본다

네,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돈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가 여전히 있습니다. 80년대, 90년대를 지나 2024년인 지금도 사업에 성공했다는 말이 들리면 어김없이 메르세데스 벤츠같은 고가의 수입차를 타거나 제네시스같은 차를 몰고 다닙니다. 전 세계에서 인구수 대비 벤츠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 중 하나이고요.

돈이 있어도, 나이 들어 넓은 집이 필요없거나 집이란 것에 별로 우선순위가 없으셔도 집값이 싼 동네에 면적이 작은 집에 살면 주변 친지분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백발의 노인 분이 20년은 족히 되었을법한 차(캐딜락이었던 것으로 기억)에서 내리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는데, 우리나라에서 노년에 20년된 자동차 타고다니면 멋지게 보기는 커녕 자칫하면 없는 사람 취급 당할 수도 있습니다.

2. 생각보다 비싼 생활물가

한국의 생활물가는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비쌉니다. 제가 가보았던 대부분의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들 모두, 마트에서 파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쌌습니다.

마트에서 돼지고기(삼겹살) 한 근(600g)에 우리나라는 15,000원이 넘습니다. 소고기(한우)는 5만원 넘고요. 작년에 친척분 한국 들어오셨을 때 마트 같이 갔다가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몇 가지 더 알려드릴까요? 2024년 1월 현재 기준으로 주먹만한 사과 한 개에 2천원 정도, 우유 900ml 한 팩에 3천원 정도, 바게트 빵 한 개에 4천원 정도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비교해서 스포츠와 관련된 비용(특히 골프)이 비쌉니다. 보통 18홀에 30만원은 가지셔야 합니다. 노년에 건강을 위해서 즐길 저렴한 스포츠가 많이 없습니다. 4계절이 뚜렷해서 계절별로 못하는 것도 많고요.

3. 인간관계

2 ~ 40년 전의 친구들, 언니 동생 형 누나 분들 가끔 한국 나와서 만났을 때나 반갑지 오랜기간 길들여진 문화차이, 사고방식 차이 때문에 한 두달 지나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안그럴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역이민을 온 분들은 역이민을 오신 분들이랑 친해지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때문에 한국에 다시 들어오시면 그곳에서 있었던 커뮤니티는 전부 다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셔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미국이나 유럽의 한인교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수 있다고도 하시더라고요.

4. 북한?!

이건 제가 이야기 나눴던 얘기 중에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었는데, 북한때문에 무섭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한국에서 계속 살아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도 뭐 그런가보다.. 하는데, 오랜기간 미국에서 계셔서 그런지 요즘 북한은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이번 글에서는 타지에서 오랜 기간 이민생활을 하시다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고민에 대한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생각엔, 어떤 선택을 하시던 미련이 남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지금도 1년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해외로 이민을 가고있고요. 그들도 무언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떠나는 것일 터이니, 그곳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오셔도 남는 미련이 있기 마련이지 않을까 싶어요.

부디 이 글의 내용이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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