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JuneTein
"요즘 취업시장이 어렵다보니..." 라는 말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취업시장이 안어려웠던 때가 언제가 있었겠습니까? 그 취업이 잘되었다는 80년대 학번들도 당시에는 취업이 어쨌느니 하는 푸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제가 공무원 시험을 치고 들어갔을 때도 어려웠습니다.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었으니까요.
지금은 경쟁률이 30대 1을 넘어가는 일도 허다하니 제가 공무원 시험을 치던 때보다는 더 어려운 것이 맞겠습니다.
각설하고, 취업시장은 지금까지 안어려웠던 시절이 없습니다. 어렵다는 개념자체가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이 글을 찾아들어오신 분들께서는 공무원시험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시고, 내가 공무원이 한 번 되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만들어주는 블로그가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사이트이기에, 상위권에 노출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이 글까지 찾아오셨기에 공무원이 되는 것에 심사숙고를 하고 계신 것으로 제 마음대로 가정하겠습니다. ㅎㅎ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나요?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시나요?
먼저, 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여러번 언급했었지만, 제 소개를 간단히 다시하자면, 저는 광역자치단체에서 10년간 공직생활을하고 의원면직을 한 전직 지방직 공무원입니다.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고 지금 보고 계시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을 공직에서 보냈기에 가끔만나는 주변 지인들이 죄다 공무원입니다. 지금은 그네들이 6급, 5급 자리에 올라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팀장이나 과장을,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차관이나 팀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 소개를 해야 지금부터 말할 내용들이 신빙성이 조금 있지 않겠습니까? AI가 너무 판을 치는 세상이라 뭘 믿어야할지 모르겠는 마당에 말이죠. ^^(<- 이 이모티콘도 우리 애들은 안쓴다고 하더군요...)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 보시면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실듯 합니다.
제가 처음 공무원시험을 보기 전에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해줬다면, 저는 공무원시험을 안봤을겁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저랑 안맞았다는 것입니다.
어지간하면 안짤립니다.
저는 지방직이었으니 국가직은 상세하게 모릅니다. 아래에서느 지방직을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7급이나 9급으로 들어가서 임용되면(처음 합격하고 공무원이 되면)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예상으로는 65세까지 일을 하게 되실텐데 뇌물을 수수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등의 나쁜짓만 안하면 정년퇴직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정년퇴직 할 때까지 잘 다니시면 지자체에서 잘 하면 4급 서기관, 운이 정말 미친듯이 좋으면 3급 부이사관까지 하고 퇴직하실 수 있고 대부분은 5급 사무관으로 퇴직을 합니다. 늦은 나이에 임용되시는 분들은 6급으로 퇴직하시는 분들도 적지않게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퇴직 시까지 신분을 보장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중간에 때려치고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죠.
매우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급여가 적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한 제 친구놈들은 그 시절에 월급을 한 200만원 넘게 받았습니다. 저는 100만원 정도 받았던 것 같은데, 급여명세를 받고는 '이게 지금 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20년차가 이제 훌쩍 넘어가는 제 발령동기들은 지금 한 500받는 것 같습니다.
20년차가 훌쩍 넘어가는 제 대기업 친구들은 (이 자식들 말을 똑바로 안해주는데...) 한 1,000만원은 넘게 받는 것 같습니다.
20년차가 훌쩍 넘어가는 중소기업을 다녔던 친구들은 제 주변에 없습니다. 중소기업에 발을 디뎠던 친구들은 20년 근속을 한 친구가 없습니다. 비교가 불가능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사업을 합니다.
20년차가 훌쩍 넘어가는 전문직(세무사, 의사) 친구들은 (이 자식도 말을 똑바로 안하는데...) 한 1,500만원은 넘게 버는 것 같습니다.
맨날 똑같은 말입니다. "너네는 퇴직하고 연금 많이 받잖아~"
이제는 공무원연금 많이 못받습니다. 젊을 때 더 벌어서 월 100만원씩만 은행에 모아 놔둬도 복리로 따지면 공무원 연금 귓방맹이를 한 5대는 치고도 남습니다.
1998년 이전에 임용된 사람들만 조금 낫습니다만, 2009년인가 2차 공무원 연금개혁 이후에 임용된 사람은 국민연금이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합니다.
순환보직 가능!
행정직을 기준으로 순환보직을 합니다. 이게 왜 좋냐면, X같은 일을 맡더라도 2~3년만 견디면 딴데로 발령나서 다른 업무 할 수 있습니다.
그 다른 업무가 X같지 않다는 보장은 없는데, 요즘은 격무부서에 있던 직원들은 선호부서로 전보하는 문화가 대부분 있어서 아마도 X같더라도 훨씬 덜 X같을 겁니다.
순환보직은 소수직렬 그러니까 보건, 위생, 세무, 간호, 전산, 사서, 사회복지 등의 직렬은 별로 해당이 안됩니다. 그 일하라고 뽑은 사람들이라 다른 부서(팀, 계 등)로 가더라도 비슷한 업무를 합니다.
기술직렬 그러니까 시설(토목, 건축 등), 공업(전기, 기계 등) 등의 직렬도 대동소이한 업무를 계속합니다.
순환보직은 원래 좋은 취지로 도입된 것이 아닌데, 대충 설명 해보자면, 지난 쌍팔년도 시절 이전부터 워낙에나 부패했던 공무원들이 많다보니 계속 돌리면 좀 덜하겠지 싶어서 + 매너리즘 방지 등의 이유로 만든건데 이게 장단점이 있습니다.
불합리의 연속이네
전제: "뭐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 않겠냐마는..."
제가 다닐 때 "50년대 생들만 나가면 좀 나아지겠지..." 라는 바보같은 기대를 하고 다녔었는데, 뭐 60년대 생들도 똑같은 사람들이 많았고, 70년대 생들도 똑같은 놈들 많습니다. 아마 80년대 생들도 똑같을 겁니다.
어딜가나 불합리한 업무지시, X같은 상사, X같은 것들이 있겠지만, 공무원 조직은 조금 특이합니다.
이 사람들이 엥간에서는 안짤리기 때문에, 정년퇴직을 해서 나가지 않는 이상 나의 상사로 계속해서 조직 어딘가에 남아있습니다.
내가 9급으로 들어갔는데, 내 위에 7급짜리 돌아이가 있다. 간첩을 맨손으로 때려잡아도 그 인간보다 위로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물론 나쁜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다른 불합리의 하나인데, 중고등학교 때 잘 배워서 아시겠지만 기억이 안나는 걸로 치고, 법은 입법부(국회)가 만들고 행정부(지방공무원)는 집행을 합니다.
법 어긴거 때려잡는 일은 사법부(경찰)가 합니다.
근데 잘못만든(현실에 맞지 않는, 이상한, 말도 안되는 등) 법에따라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이 욕을 먹습니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욕설과 협박이 정말 지긋지긋한 것도 때려친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쳐달라고 하면 되지 않냐?
이제 거꾸로, 기초지자체 -> 광역지자체 -> 국가기관 -> 국회 이렇게 올라가야하는데, 되겠습니까?
법이 바뀌는 것보다 아까 위에서 설명한 순환보직에 따라 이 부서에서 짧게 버티다 딴데로 도망가는게 빠릅니다.
시민도 짜증나고 공무원도 짜증나는데, 권한있는(높으신) 양반들은 자기들이랑 별 상관없으니 관심 밖의 일입니다.
아, 표가 관련되면 매우 빠르게 바뀝니다. 이건 예민한 주제니 그만 말하렵니다.
각종 정책의 빠른 수혜
2004년인가 2005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주 5일제가 처음 도입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을 쉬다가 완전히 5일만 근무하도록 변해 지금의 주 5일제가 정착이 되었는데, 이런 근무여건이 좋아지는 정책들은 공무원 조직에 시범적으로 실시를 하기때문에 빠른 적용을 받게됩니다.
지금도 토요일 출근하는 회사들이 있는데, 정부에서도 안하는 것을 사기업에서 하겠습니까?
여튼 지금 주 4일제니 4.5일제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시행된다면, 공무원이 제일 먼저 누리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 후 2 ~ 3년 지나면 사기업에 전면 시행이 되고, 한 5 ~ 6년 지나면 중소기업도 도입을 하게됩니다.
노조의 부재
대한민국 공무원은 단체행동권이 없습니다.
미국 공무원들은 있던데, 여튼 여긴 없습니다. 원래 노조도 제대로 없었는데, 지금은 단체행동권이 없는 반쪽짜리 노조는 있습니다.
삼성처럼 돈으로 입을 막아주지도 않는데, 뭐 아무튼 하급직 말들 잘 안들어줍니다.
MZ공무원들 하도 때려친다니까 요즘 뭐 급여도 올려주고, 악성민원인 처벌한다고 하던데, 20년 전에는 안해줬거든요.
그나마 요즘은 유튜브 같은 매체가 발달해서 현실을 고발하는 영상들이 좀 있어서 좀 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결론
좋은 점, 나쁜 점 번갈아 가면서 최대한 축약해서 말해보았는데요. 이 짧은 글에 다 담기가 참 힘듭니다.
다 집어치고, 우리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죠. 9급 1호봉 월급을 천만원씩 준다고 해봅시다. 그 유명한 삼성전자처럼 보너스를 연봉의 50%를 준다고 치면, 아마 저도 지금 잘 다니고 있지 않을까요? 아마 지금의 경쟁률의 두세배가 되지 않을까요?
돈을 약간 포기하고 안정적인 근무기간을 확보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실 수도 있고, 돈을 포기하지 못하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바라보는 관점이 사람마다 달라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9급 공무원 시험이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 비교적 수월합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의사, 세무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 시험은 정말 어렵습니다. 일단 의사는 입시를 해야하니 딴세상 얘기고 변호사도 로스쿨을 진학해야하니 이도 시간이 오래걸리고 돈도 많이 듭니다.
각종 자격증이 난무하는 세상인데, 똘똘하다고 하는 자격증은 취득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취득 후에도 경쟁을 해야하고요.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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